
올해부터는 일어 공부를 다시 하기로 마음 먹었다.
<NO JAPAN>을 외치는 요즘 분위기에서 소신 발언하자면, 나는 일본이 싫으면서도 또 한편으론 놓을 수 없다. 한마디로 애증의 관계. (사실 좋아하는 쪽일지도...)
사실 일본이 싸가지있게 잘만 처신한다면, ★매우 중요한 전제조건★
가까운 이웃나라끼리 상부상조하면서 서로 발전하고 사이좋게 지내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제주도 여행가는 느낌으로 괜찮은 경비와 이동시간으로 여행갈 수 있는 나라인데 문화도 은근 달라서 여행할 맛나는 나라. 일본만의 갬성이 있음. 음식 깔쌈하고 맛있음. 독보적인 애니 강대국. 등등.
일본만 정신 좀 차리면 좋을텐데.
이 정도의 소신발언으로 매국노로 찍히면 억울하겠지만 뭐 누가 날 일빠로 보든 매국노로 보든 사실 상관없다..ㅎ (그만큼 나에게 관심을 가져줄 사람도 일단 없거니와)
아무튼 일본어 공부에 대해 다시 이야기해보자면, 현재 내 실력은 JLPT 2급(요즘엔 N2급이라고 하나?)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이것도 상당히 높게 쳐준 거긴 하지만.
거의 10년 가까이 일어를 쓰지 않아서 많이 까먹었는데, 막상 교재를 보니 잊었던 일본어가 새록새록 떠오르긴 했다. 그래도 나름 1년간 일본에서 공부한 짬밥이 있어서인지 일어 공부하는 게 재미있었다.
뭐랄까. 일본어는 발음하는 재미가 있다. 뭔가 일본인스럽게 하이텐션으로 발음하면 나에게서 오덕 냄새도 나는 것 같고 좋다.
암튼 재미있어. 역시 일본어는 공부하는 맛이 있다규.

교재 자체는 만족스러웠다. 커리큘럼이 잘 짜여있고, 학습자에게 중요 문법이나 단어를 계속해서 노출시켜 한 번 읽는 것만으로도 학습 효과가 좋았다.
다만, 글 내용이 문제였다.
필요한 단어들을 넣어야 하다보니 일부러 이런 내용을 넣은 거겠지만, 제목부터 일본인의 그 의뭉스러움이 잘 느껴졌달까. 도대체가 <면접에서 입실할 때 노크는 몇 번?> 이라니. 예습하면서, 내가 옛날 교재를 잘못 산 건가 싶어 리얼로 출판년도를 다시금 확인했다.
내용은 더 가관이다. 면접볼 때 2번만 노크하면 감정대상이 된다는 둥, 실제 그런 사례가 있다는 둥. 친구나 가까운 사이는 2번이고, 어려운 자리에서는 노크는 3~4번 해야 하며, 심지어 4번 노크할 때도 <똑똑, 똑똑> 두 번 나눠서 해야 한단다.
(아! 아니면 혹시 일부러 일본인 특유의 감성을 보여주기 위한 쌤들의 빅피쳐? 그런 거라면 ㅇㅈ...)
일본인은 도대체 왜 이렇게 쓰잘데기없이 깐깐 세심할까.
마스다 미리의 책을 볼 때도 일본 사람 되게 기괴하다-라고 생각한 파트가 있었다. 마스다 미리가 편집자와 미팅했던 경험을 다룬 이야기인데, 이상한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바로, 편집자가 먼저 약속장소에 와서 '상석'에 앉은 것에 대한 불쾌함을 드러내는 대목이었다.
상석도 뭐 엄청 긴 테이블에 끄트머리 상석 부분, 뭐 이런 게 아니고. 그냥 2~4인용 테이블에서 벽쪽에 앉는 걸 상석으로 표현했다. 물론 문화가 다르다보니 그 자리에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겠지만, 그걸 기분 나빠하는 자체가 조금 나한테는 음침하게 새롭게 다가왔다.
나도 프리랜서 짬밥이 있어 업무 미팅을 꽤 해봐서 알기는 안다. 자리마다 상석이 있다는 걸. 하지만 상석에 자신이 못 앉았다고 아쉬워할 순 있지만 기분 나빠하는 건 조금 이해가지 않는다. 심지어 본인 만화책에 그걸 소재로 그리고. 그 부분을 또 편집자가 편집하면서 볼텐데...? 괜찮은 거야?
하긴 그 솔직한 게 마스다 미리의 장점이긴 하지만. 그래서 초초초특급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거겠지. (아까부터 계속 까는 것처럼 보였겠지만 사실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작가이다. 거의 모든 책 다 봄.)
쓰다보니 이야기가 다른 쪽으로 빠졌는데, 아무튼 <타노시이 중급 일본어>는 일본어 공부하기로서는 매우매우 강추이다.
앞서 말했듯이 내용적인 부분은 중요한 단어들을 넣다보니까 나로서는 조금 이해가 되지 않는 지문도 채택된 거라 생각한다. (나만 이해 안 되는 부분일 수도 있고, 라고 썼다가 내동생한테 보여줬던 게 떠오름. (동생 일어일문학과인가 나옴) 내 혈육도 일본 도대체 왜 저러냐고 이해 못함)

하지만 다행인 것은. 그 다음 페이지에 '면접 시에 가장 중요한 건 내용이죠. 노크 횟수가 틀렸다고 탈락시키진 않는다.'라는 대목이 나온다.
해당 파트가, 앞선 지문처럼 생각하지 않는 일본인도 많다고 이야기해주는 것 같았다.
내가 운이 좋은 건지 어쩐 건지 모르겠는데. 예전에 일본에서 지내면서, 혹은 여행하면서 만난 일본인은 다들 너무나도 친절한 사람들 뿐이었다.
보통 일본인에 대한 이미지가 겉과 속이 다른 이미지로 생각되는 경우가 많은데. 나 같은 경우에는 친절한 일본인을 만나도 '분명 속으로 나를 욕하고 있겠지?' 이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진정성이 보이는 친절이 대부분이었으니까.
그건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인터넷으로만, 글로만 사람을 배우지 않고 현장에서 사람을 직접 만나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게 다르다는 걸.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면, 그리고 그 상대가 내게 진정성있게 다가오면 절대 싫어할 수가 없다.
적어도 내가 만난 일본인은 모두 진정성이 있었다. 그게 내가 일본을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아무튼 <타노시이 중급 일본어> 교재 총평
- 알찬 교재! 미친 가성비! 전체적으로 갓-벽!
- 세라쿠 센세 목소리 너무 미청년 목소리라 듣기 좋음 (마루 밑 아리에티의 카미키 류노스케 같은 느낌의 목소리 / 취향탈 수 있음 주의)
- 本年, どうぞよろしくお願いいたしま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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